2008년 3월 24일 월요일

세계화의 두얼굴

세계화의 두얼굴 - 로버트 A. 아이작 지음

이 책은 세계화가 초래한 양극화(兩極化)의 원인과 현상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20세기말 빌 게이츠처럼 대중(大衆)으로서의 삶에 만족할 수 없는 부유한 엘리트들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세계화는 시작됐다. 정보화 물결의 선두에 선 이들은 거대 기업을 운영하면서 무역과 금융의 자유화가 경제성장의 조건이라고 주장했고, 기하급수적으로 부를 확대해갔다. 하지만 점점 빨라지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이들은 일하는 활력을 계속 높이지 않으면 도태되는’속도의 덫’에 걸려 있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수입·자산·부채 등 경제적 약점과 제도·교육·문화·정보화의 취약성으로 ‘빈곤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들의 상당수 역시 세계화 이후 소득 수준은 약간 높아졌지만, 부유한 사람들과의 수입 격차가 너무 커져서 증오감에 빠져 있다.

빈부 격차 확대의 가장 큰 문제는 중간국과 중산층의 몰락이다. 국가들은 부국(富國)과 빈국(貧國)으로 양분되고, 부국 안에서도 다시 부자(富者)와 빈자(貧者)로 양극화된다. 이는 세계 체제의 안정성과 국내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듦으로써 결국 부국과 부자들을 위협한다. 지구라는 열차의 삼등석에 탄 사람들의 고통은 바로 그 세계화 때문에 이등석과 일등석으로도 전파되고 있다.

이 책이 그리는 세계화의 모습은 우울하다. 마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그러나 저자가 반(反)세계화론자는 아니다. 그는 세계화가 인류에게 발전과 혜택을 가져다 주는 부분이 있을 뿐 아니라, 이미 너무 진행돼 있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고 본다. 또 어느 나라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경쟁력을 계속 높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가 주장하는 것은 ‘인간적인 얼굴을 한 세계화’, ‘지속가능한 세계화’이다.

그 길의 하나는 부자 스스로가 가난한 사람들과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화가 제공하는 기회를 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인도적 원조를 넘어서 가난한 나라들에 하이테크 공동체를 건설하고 중산층 전문직 종사자를 길러야 한다. 이 책은 특히 저소득층 자녀에게 교육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국제NGO가 그 일에 앞장서고, 미국도 일방주의를 버리고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면서 이를 도와야 한다.

이 책은 주로 인도의 후진 지역과 아프리카 국가들로 대표되는 세계화의 어두운 부분을 분석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세계화의 영향권에 들어가 두 얼굴을 모두 경험했고 마침내’양극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한국 상황의 이해와 해결책 모색에도 적지 않은 시사를 준다.

이선민기자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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