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롬부스의 위대성은 지금까지 동쪽으로만 한정됐던 인도로의 항해를 지구가 구형이라는 데에 착안하여 서쪽으로도 갈 수 있다고 착상한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아이디어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그의 탐험여행에 대한 세심한 준비도 전문가적인 장비도 아니었다. 이런 일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역사적인 항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었던 모든 육지를 떠나, 그때 보유하고 있던 지식으로는 되돌아간다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바로 그 지점에서 더 멀리 서쪽으로 뱃머리를 돌린 바로 그 결단에 있었다고 말하여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학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신세계는 어느 결정적인 자리에서 지금까지의 과학이 의존하고 있었던 그 토대를 박차버리고, 말하자면 허공에 뛰어들 각오가 되어 있을 때에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아인시타인은 그의 상대성이론에서 그때까지의 물리학이 확고한 기반으로 삼고 있었던 동시성의 개념을 포기하였다. 그리고 많은 지도적인 물리학자나 철학자들은 동시성에 관한 종전의 개념을 포기하는 것을 받아들이지를 못하여 상대성이론의 격렬한 반대자가 되었던 것이다. 과학의 진보는 그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사고 내용을 받아들여서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을 요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신세계에 들어가려면 새로운 사고 내용을 받아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사고구조를 바꾸어야 할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받아들일 위치에 놓여 있지 않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결정적인 한 발짝을 내딛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라이프찌히의 자연과학자대화에서 처음으로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양자론에 있어서도 본질적으로 어려운 난관이 눈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만 했다.
-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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